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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팔리는 메뉴 보다 중요한 원가관리 |
메뉴를 만들 때 저는 처음부터 맛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 재료랑 저 재료를 섞으면 어떨까?’
‘이 소스가 신선함을 더 살려줄까?’
그렇게 며칠을 주방에 틀어박혀서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맛도 좋았고, 보기에도 예뻤습니다.
그렇게 만든 메뉴가 스무 가지가 넘었습니다.
처음부터 메뉴를 많이 만들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샐러드 매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경쟁 매장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메뉴가 많았습니다.
‘우리 매장에서는 이런 메뉴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만든 메뉴를 하나씩 원가 계산에 넣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맛있다고 다 좋은 메뉴는 아니었습니다
원가 계산을 해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완성된 레시피를 하나씩 원가표에 넣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제가 많았습니다.
스무 가지가 넘는 메뉴 중 절반 가까이가 판매해도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구조였습니다.
맛있고 예쁜 메뉴를 만드는 것과 돈을 버는 메뉴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아꼈던 메뉴 하나는 원가율이 60%가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원가가 높아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제가 직접 빵을 구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시제품 빵을 구입해야 했고, 여기에 연어와 딜을 올렸습니다. 다른 재료들도 하나씩 더하다 보니 원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맛과 비주얼만 보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였습니다.
하지만 판매가격을 생각하고 실제 원가를 계산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고 해서 그 메뉴가 좋은 메뉴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 메뉴는 바로 메뉴판에서 뺐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메뉴였는데도 말입니다.
손으로 정성껏 만든 메뉴를 지우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맛있으면 팔리고, 팔리면 남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맛있으면 팔리고, 팔리면 당연히 돈이 남는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장사를 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메뉴 하나를 판매해서 생기는 매출에서 재료비만 빠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건비가 들어가고, 임대료가 들어가고, 포장재비와 각종 운영비도 들어갑니다.
여기에 신선식품은 폐기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판매가격에서 재료비만 빼고 남는 금액을 보는 것과 실제 매장에서 손에 남는 돈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메뉴 개발 순서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레시피보다 원가표를 먼저 만듭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는 메뉴 개발 순서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레시피 → 메뉴 완성 → 원가 계산
순서였다면 지금은
판매가격 결정 → 목표 원가율 설정 → 재료 구성 → 레시피 개발
순서로 생각합니다.
팔고 싶은 가격대를 먼저 정합니다.
그리고 그 가격에서 어느 정도까지 원가를 허용할지 정합니다.
그 범위 안에서 재료를 고르고 조합합니다.
예전에는 창의력을 먼저 펼쳐놓고 나중에 숫자로 걸러냈다면, 지금은 숫자라는 틀 안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메뉴 개발을 제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처음부터 안 되는 조합을 걸러내니까 시간 낭비가 줄었고, 메뉴를 만들면서도 ‘이걸 판매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훨씬 덜하게 됐습니다.
제가 잡는 음식점 원가율 기준
제가 메뉴를 만들 때 재료비는 매출 대비 30~35% 안쪽으로 잡습니다.
이것도 단순히 재료비만 생각해서 정한 숫자는 아닙니다.
음식점은 재료비 외에도 인건비, 임대료, 포장재비, 관리비와 각종 운영비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재료비에서부터 여유가 너무 없으면 매출이 늘어도 실제로 남는 돈은 생각보다 적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만들 때는 판매가격과 재료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메뉴를 판매한 뒤 실제로 얼마나 남을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계산합니다.
신선식품 매장은 폐기율도 원가입니다
구입한 재료가 전부 판매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샐러드처럼 신선한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매장은 특히 폐기율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저도 재료를 구입한 가격과 메뉴에 들어가는 양을 중심으로 원가를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운영해보면 구입한 재료가 100% 판매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질하면서 손실이 생기기도 하고, 예상보다 판매가 적어서 남는 재료가 생기기도 합니다.
특정 메뉴를 위해 준비해둔 재료가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메뉴 하나의 재료비만 계산하지 않습니다.
이 재료를 실제 매장에서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남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까지 생각합니다.
원가표에 이런 부분을 미리 반영하지 않으면 장부상으로는 분명 계산이 맞는데, 막상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을 보면 생각과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메뉴를 만들 때 재료를 겹쳐 쓰는 이유
한 가지 재료를 여러 메뉴에 활용합니다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만들고 싶은 메뉴를 먼저 하나씩 늘어놓았습니다.
지금은 같은 재료를 여러 메뉴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소스를 여러 메뉴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재료 재고를 관리하기도 쉬워지고, 한 메뉴를 위해 별도의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결국 메뉴 하나의 원가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재고 관리와 폐기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메뉴가 많아질수록 이런 차이는 더 커집니다.
메뉴 하나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여러 메뉴를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사용하지 못하고 남는 재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 ‘이 메뉴가 맛있을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재료를 다른 메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도 함께 합니다.
이제는 메뉴를 100번 팔았을 때를 생각합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메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입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면서
‘이 메뉴 맛있을까?’
를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이 메뉴, 100번 팔면 얼마가 남을까?’
이 질문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맛을 다듬습니다.
메뉴가 아무리 예쁘고 맛있어도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면 오래 가져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원가 구조가 괜찮다면 그 안에서 더 맛있게 만들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처음 메뉴판에서 뺐던 그 메뉴가 아직도 조금 아깝기는 합니다.
제가 좋아했던 메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맛있는 메뉴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서 **‘왜 이렇게 매출은 나오는데 실제로 남는 돈은 적지?’**라고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5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메뉴 개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메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맛과 원가, 판매가격, 재고와 폐기까지 모두 맞아떨어지는 메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혹시 지금 식당이나 샐러드 매장의 메뉴를 개발하고 계신다면 레시피 노트를 펼치기 전에 원가표부터 한 장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메뉴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팔았을 때 돈이 남는 메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그 차이를 알게 해준 것이 바로 원가율 60%가 넘었던 그 메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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